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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탐지기 시대, 탐지기 피하기 vs 정직한 인용: 학문 윤리의 기로

yanjicci 2025. 7. 5. 00:25

AI 탐지기 시대, 학문 윤리의 기로

 

최근 GPT-4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쓰기 도구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학과 연구기관은 새로운 윤리적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에는 표절이나 출처 누락이 학문 윤리의 핵심 문제였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한 글쓰기가 정당한가, 그리고 그 사용을 숨기지 않고 공개해야 하는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탐지기라는 기술의 등장은 이러한 윤리적 갈림길을 더욱 명확히 만들고 있다. GPTZero, Turnitin, Copyleaks 등 다양한 탐지기가 학교 현장에 도입되면서, 학생과 연구자는 글을 작성할 때 AI 탐지기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글쓰기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일부는 탐지기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회피 전략을 연구하며, 다른 일부는 AI 사용 사실을 정직하게 인용하거나, 아예 AI 사용을 자제하기도 한다. 이처럼 AI 탐지기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도입 그 이상으로, 학문 공동체 내부의 윤리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게 만들고 있다. AI의 사용이 전면적으로 금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사용을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하고, 윤리적으로 정착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AI 탐지기 회피 전략과 그 문제점

AI 탐지기를 피하려는 움직임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학생과 연구자들은 AI로 생성한 문장을 직접 제출하지 않고, 이를 리라이팅하거나 번역 후 재번역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는 전략을 사용한다. QuilBot, Paraphraser.io, Wordtune과 같은 리라이팅 도구는 문장 구조를 변경해 탐지기의 퍼플렉서티와 버스트니스 점수를 낮추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GPT로 생성한 문장을 사람이 쓴 듯한 문체로 바꾸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는 단어를 바꾸거나 어순을 조정해 탐지기의 기준을 교란하고, 어떤 경우에는 오탈자를 일부러 삽입해 인간적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본질적으로 AI 사용 사실을 감추는 방식이며, 학문 윤리의 기준을 회피형 기술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얻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 또 감지기를 속이기 위한 목적만으로 문장을 재구성할 경우, 의미의 왜곡, 문법 오류, 논리적 부정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감지기 회피를 목적으로 한 리라이팅 결과물 중 상당수는 본래의 의미를 해치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평가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AI 탐지기 회피 기술은 기술 발전과 함께 정교해지고 있지만, 그 방향이 학문적 성실성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AI 탐지기 시대의 정직한 인용과 그 교육적 가치

반대로 AI 탐지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생성형 AI를 정직하게 활용하려는 흐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대학은 리포트나 논문을 제출할 때 AI 사용 여부를 자진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AI의 종류, 사용 목적, 사용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술 사용 보고가 아니라, 학생이나 연구자가 스스로 사고한 지점과 AI가 개입한 지점을 명확히 구분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요약문 작성을 위한 GPT의 활용이나 문법 교정 용도로의 사용은 용인되되, 결론이나 분석을 대신하게 하는 것은 제한된다. 정직한 인용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탐지기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투명한 보고와 해명이 뒷받침될 경우 평가자는 AI 사용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교수는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그 사용이 얼마나 적절했고, 작성자의 학문적 기여가 명확히 드러났는지를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학생과 연구자 모두에게 책임 있는 창작 태도를 요구하게 되며, 단지 기술을 회피하는 데 몰두하지 않고, 어떻게 기술을 정당하게 통제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유도한다. AI 사용을 정직하게 인용하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시대에 적응하는 새로운 학문 역량으로 간주될 수 있다.

AI 탐지기 중심 환경에서의 윤리 기준 재정의 필요성

현재 많은 대학과 학술 기관은 AI 탐지기의 결과를 신뢰하고, 그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탐지기 결과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정직한 인용을 한 글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회피 전략에 능한 글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문제는 단지 기술의 문제를 넘어 학문 윤리 기준 자체가 기술 중심으로 경직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AI 탐지기 기술에 맞춰 글쓰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그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기준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평가자는 AI 사용 여부보다 사용의 방식, 사용 이후의 창의적 기여, 작성 과정 전반에 대한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학생과 연구자는 탐지기 회피보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해석 능력을 중심으로 글을 완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역시 탐지기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AI를 책임 있게 사용하는 방법, 인용하는 방법, 그리고 학문적 주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AI 탐지기의 존재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존재가 글쓰기와 평가의 중심이 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윤리란 결과를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과정을 책임지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탐지기를 속이는 법보다, 탐지기가 있어도 당당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교육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짜 학문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