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탐지

AI 감지기를 활용한 대학 수업, 실제 효과는 있었나?

yanjicci 2025. 7. 1. 22:23

2023년 이후 국내외 많은 대학들이 생성형 AI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AI 감지기를 수업에 도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이 글쓰기 과제를 단 몇 분 만에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과제의 진정성과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소재 A대학은 에세이 과목 전반에 GPTZero를 도입했고, B대학은 졸업논문 과정에서 Turnitin AI 탐지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학의 공통된 목적은 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도록 유도하고,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교수는 AI 탐지기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거나, AI 점수가 높게 나온 경우 추가 설명이나 초안 제출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처음 도입될 당시 교수진은 AI 감지기가 ‘신뢰 기반 교육’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적 도구라고 기대했다. 또 학생에게는 AI 사용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자기 글쓰기 역량을 키우는 자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수업 현장에서 AI 탐지기가 도입된 이후의 효과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AI 탐지기 도입 수업의 실제 현장 반응과 문제점

AI 탐지기를 도입한 수업에서는 의외로 학생과 교수 모두 높은 불안감과 불신을 경험하고 있다는 보고가 많다. 먼저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AI 탐지기에서 높은 AI 생성률이 나왔을 때 억울함과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C대학의 인문학 과목 수업에서 GPTZero로 에세이를 검사한 결과, 일부 학생의 글이 80% 이상의 AI 가능성으로 표시되었고, 해당 학생들은 초안과 조사 과정까지 제출했음에도 결과를 번복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학생은 “기계를 이기기 위해 기계처럼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반대로 어떤 학생은 ChatGPT로 작성한 글을 Quilbot 같은 리라이팅 툴로 수정해 20% 이하의 AI 점수를 받아 통과하기도 했다. 이는 오히려 ‘AI를 쓰더라도 잘 숨기면 문제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교수 입장에서도 AI 탐지기 결과를 그대로 신뢰해야 할지, 아니면 본인의 판단을 개입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AI 탐지기 점수만으로 학생을 의심할 경우 교육 신뢰가 깨지고, 점수를 무시하면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결국, AI 탐지기 도입은 평가 신뢰를 회복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혼란과 의심을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AI 감지기를 활용한 대학 수업, 실제 효과

AI 탐지기 활용 수업의 장점과 교육적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탐지기를 활용한 수업이 가진 교육적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학생에게 AI 기술의 한계와 윤리적 사용 기준을 체감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효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D대학에서는 AI 탐지기를 수업 과제에 직접 적용하고, 학생에게 결과를 공유한 뒤, 그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분석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점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탐지기의 원리와 자신이 쓴 문장의 문제점, 그리고 인간적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처럼 AI 탐지기를 단순 감시가 아닌 ‘학습 도구’로 활용할 경우, 교육적 효과는 매우 높아진다. 또 일부 교수는 AI 탐지기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초안 제출, 피드백, 수정 과정 등을 세분화하고, 학생이 진정으로 자신의 글을 썼는지를 판단하는 정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경우 탐지기 결과는 참고용일 뿐이며, 핵심은 글쓰기 과정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도 단순한 결과보다는 작성 과정 전체에 책임을 지게 되면서, 오히려 AI 사용 여부를 넘어서 ‘책임 있는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AI 탐지기의 효과는 단순히 점수를 보는 데 있지 않고, 그 결과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탐지기 기반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

AI 탐지기를 활용한 대학 수업이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제도적·철학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AI 탐지기 결과를 평가의 중심이 아닌 보조 도구로 명확히 규정하고, 학생이 결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생성률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무조건 감점하는 것이 아니라, 초안 제출이나 교수 면담을 통해 맥락을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AI 글쓰기 윤리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많은 학생이 AI를 도구로 쓰는 것이 잘못이라고 오해하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숨기려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교육 현장은 단순히 탐지기를 통해 AI 사용을 막기보다는, 어떻게 정당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작성 과정 중심의 평가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글의 완성본만 평가하기보다는, 초안, 메모, 자료 조사 기록 등 작성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AI 탐지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탐지기 제조사와 협력한 기술적 설명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탐지기는 점수만 제공할 뿐, 왜 해당 점수가 나왔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 탐지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설명 가능성’이 필수적이다. 기술과 교육이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수자와 학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석 가능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AI 탐지기를 활용한 수업이 진정한 효과를 내려면, 기술을 신뢰하기 전에 사람과 과정에 대한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