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탐지

AI 탐지기 기반 평가, 학문적 창의성을 저해하는가

yanjicci 2025. 7. 11. 00:06

최근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교육 현장과 학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작성된 논문이나 리포트를 판별하기 위해 도입된 AI 탐지기는 이제 많은 대학, 고등학교, 학술지에서 평가의 초기 절차로 자리잡았다. GPTZero, Turnitin, Copyleaks 등 다양한 탐지 도구는 문장의 구조, 예측 가능성, 반복성 등을 분석해 AI 생성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수치화해 제공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중심의 평가 방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기존의 인간 중심 평가 철학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교수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논리적 설득력에 따라 텍스트를 평가했지만, 지금은 AI 탐지기의 점수가 그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변화는 효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개별 학습자의 창의적 시도나 표현 방식이 기계적 기준에 의해 억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AI 탐지기 기반의 평가가 교육 철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탐지기 점수가 창의적 글쓰기와 충돌하는 이유

AI 탐지기의 평가 기준은 통계적 일관성과 언어 모델의 예측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퍼플렉서티, 버스트니스, 문장 구조의 규칙성 등은 모두 텍스트가 얼마나 기계적인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이지만, 창의적 표현이나 비정형적 구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험적 서술 방식, 독특한 어휘 선택, 감정적 표현, 대조적인 문장 구성 등은 창의적인 글쓰기의 주요 특징이지만, AI 탐지기에게는 오히려 기계적 이상값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생이나 연구자는 탐지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창의성을 포기하고, 탐지기에 ‘적합한’ 표현 방식만을 선택하게 된다. 문장을 단순화하거나 반복을 줄이고, 특정 단어를 피하는 식의 전략은 AI 탐지기를 피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글의 개성과 사고의 확장은 제한된다. 이는 학문이 지향해야 할 창조적 탐구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이며, 특히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탐지기 기반 평가가 창의성 교육에 미치는 구조적 문제

AI 탐지기가 평가 도구로 고정되면 창의적 사고 훈련이 위축될 수 있다. 많은 교육기관이 리포트, 과제, 논문 등의 모든 글쓰기에 대해 AI 탐지 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면서, 학생들은 창의성보다는 ‘탐지기 통과’를 목표로 글을 쓰게 된다. 이는 창의성 교육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창의적 글쓰기는 정답이 없는 사고에서 출발하고, 표현 방식의 자유로움과 개별성의 존중이 핵심이다. 그러나 AI 탐지기는 그러한 ‘틀을 벗어난 글쓰기’를 비정상으로 감지할 수 있고, 점수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창의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만든다. 더불어 AI 탐지기의 알고리즘이 다국어 환경, 지역적 표현, 개인적 문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습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단지 탐지기에 맞는 글을 쓰는 훈련은 장기적으로 표현력 저하, 사고의 획일화, 주제 선정의 편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글쓰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전반에 걸쳐 창의성 자체를 축소시키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창의성과 AI 탐지기 기술의 균형을 위한 교육적 제안

AI 탐지기 기반의 평가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창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균형 있는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기관은 AI 탐지기를 평가의 보조 수단으로 한정하고, 최종 평가는 여전히 인간 평가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교수자나 교사는 점수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글의 흐름, 주제 적합성, 사고의 독창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둘째, 탐지기 점수에 따라 자동 감점, 자동 재작성 요청 등의 획일적 조치가 아니라, 학생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고 창의적 시도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절차가 도입되어야 한다. 셋째, 창의적 글쓰기를 장려하는 수업에서는 AI 탐지기를 적용하지 않거나, 점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명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탐지기 알고리즘 자체도 창의성 개념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문장 예측이 아닌, 사고의 확장성, 의미 연결, 논리 전개 방식 등 고차원적 언어 구조를 인식하는 기능이 개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AI 탐지기를 피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창의성을 지키는 글쓰기’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기술은 보완적 수단이어야지 평가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은 AI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며, 교육은 그것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AI 탐지기 기반 평가

또한 학생이 창의적인 문장을 시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탐지기 결과를 '검열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피드백 도구'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점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AI 사용으로 단정하지 말고, 해당 문장에서 반복되거나 기계적이라고 인식된 부분을 알려주며 글쓰기 습관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탐지기 기술도 창의성 교육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으며, 기술과 인간 평가자의 공존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된다. 궁극적으로 AI 탐지기의 활용이 학문적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기술의 활용 방식보다 교육자와 제도의 철학이 더 중요하다. 기술을 인간의 사고 확장을 돕는 도구로 인식하고, 그 철학을 평가 과정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AI 탐지기 기반 평가 속에서도 창의성은 얼마든지 보호되고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