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탐지기가 본격적으로 교육 및 학문 평가 체계에 도입되면서, 글의 생성 주체를 감별하는 기술이 성적과 심사 결과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AI 탐지기가 판단한 결과는 대부분 간단한 수치로 표현될 뿐, 그 근거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AI 가능성 98%’라는 숫자를 마주하지만, 어떤 문장에서, 어떤 이유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이처럼 단순화된 출력 결과가 곧 평가와 징계의 판단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판단을 받아들이는 학생이나 연구자에게는 극심한 불확실성과 억울함을 남긴다. 감지 도구는 발전하고 있지만, 설명은 여전히 뒤따르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교수자나 심사자는 감지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정보 없이, 단지 점수만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다. 판단은 기계가 하고, 결과 해석은 인간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에서 기술과 교육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AI 탐지기의 핵심 기술이 설명 불가능한 이유
AI 탐지기가 ‘설명 불가능성’의 문제를 갖는 핵심 이유는 기술 자체가 통계적 추정과 확률적 예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탐지기는 문장의 예측 가능성, 단어 간의 패턴, 문장 구조의 규칙성 등을 계산하여 AI 작성 가능성을 점수화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핵심 지표는 퍼플렉서티와 버스트니스 같은 확률 기반 수치이며, 인간이 직관적으로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컨대 한 문장의 퍼플렉서티 수치가 낮다는 것은 그 문장이 언어모델에 의해 쉽게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AI가 자주 사용하는 문체와 유사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문장의 내용이나 맥락, 의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수치의 기준점이 공개되지 않거나, 탐지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문장도 감지기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기술적으로도 탐지기는 명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않고, 기계 학습에 의해 축적된 패턴 기반 판단만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어떤 문장 또는 구조가 탐지기의 감지 대상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결과만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평가와 판단에서 설명이 부재한 상태를 만든다.
AI 탐지기의 판단 오류와 해석 불가능한 결과의 위험성
설명되지 않는 판단은 곧 신뢰할 수 없는 판단이 될 수 있다. AI 탐지기의 판단 오류가 실제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설명 불가능성 때문에 그 오류를 반박하거나 바로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자신의 글을 직접 작성했지만, 탐지기에서 높은 AI 사용 점수가 나왔다면, 그 학생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글쓰기 과정 전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탐지기는 어떤 이유로 감지되었는지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은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는 방어적 글쓰기, 탐지기 회피용 문체 학습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교육 본연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함양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교수자는 감지기 결과가 실제 오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어,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양극단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런 상황은 평가와 피드백의 왜곡을 불러일으키며, 탐지기의 존재 자체가 교육 현장에 불안정성을 주입하게 된다. 설명 가능한 기술이 아니라면, 판단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고, 이는 결국 기술의 윤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AI 탐지기 해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과제
AI 탐지기의 설명 불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먼저 기술적 측면에서는 탐지 결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특정 문장이 감지된 이유를 항목별로 분리해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감지된 문장을 하이라이트하거나, 해당 문장이 퍼플렉서티 기준으로 높은 감지율을 보였다는 분석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용자는 단순한 점수 이상의 해석을 할 수 있다. 또한 감지기의 판단 로직을 부분적으로라도 공개하고,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감지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교육기관이나 출판기관이 감지기 결과를 평가에 반영할 때, 반드시 판단 근거와 해석을 함께 제시하도록 규정해야 하며, 감지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도 공식화되어야 한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더욱 투명해야 하며, 특히 교육처럼 판단의 결과가 개인의 권익에 영향을 주는 영역에서는 설명 가능성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AI 탐지기의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학문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러한 설명 가능성 확보는 기술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탐지기의 오판으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감지 결과에 따라 학생의 성적과 진로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단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성과 해석 근거는 필수적이다. 탐지기의 판정 결과가 일방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설명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 세계 교육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AI 시대에 걸맞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기능뿐 아니라 그 기능이 작동하는 맥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 구조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기술이 결정하는 시대일수록, 결정의 근거와 방식은 더욱 명확해야 하며, AI 탐지기가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명 가능한 기술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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